익숙해진 중고거래, 부푸는 플랫폼의 꿈
글을 읽기 싫다면 동영상으로도 준비해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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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커머스는 인터넷 공룡들의 사력을 다하고 있는 각축장이다. 그런데 이러한 이커머스 시장에 최근 재미있는 결과가 발표되었다. 일 사용자수 기준으로 보면 중고거래 앱인 당근 마켓이 쿠팡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는 것이다. 11번가나 웨메프 등 전문 쇼핑어플보다 더 높은 순위다. 앱이 아닌 거래액 기준으로는 중고나라가 압도적으로 크다. 거래액이 무려 3.5조원이다.
3.5조원이면 이커머스 순위 6위를 차지하는 티몬과 비슷한 수준이다. 전체 중고 시장의 규모는 훨씬 더 크다. 최근의 추정치에 의하면 중고거래 시장의 규모는 무려 20조원에 달한다. 성장률도 10년만에 5배 성장했을만큼 빠르다. 규모도 규모지만 사용자 경험도 이미 대중화 되어 있어 중고거래 자체에 거부감도 없다. 과거 중고거래에 대한 이미지가 가난한자들의 궁여지책으로 비춰졌다면 이제는 일상의 자연스러운 현상이자 일종의 유희처럼도 회자된다. 중고나라의 회원수가 2500만명이고 방탄소년단 BTS의 랩몬스터도 중고거래를 하고 있다.
중고거래가 활성화되는 것은 비단 우리나라만의 현상이 아니다. 미국, 중국, 일본 모두 중고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단적으로 미국의 중고 의류 시장은 2018년 410억 달러로 전년 200억 달러 대비 100% 넘게 성장했다. 일본도 2018년 중고거래 시장이 26조원에 달할 정도로 커지고 있다. 중국은 더 폭발적이다. 2020년 중고시장 규모가 175조원에 달할 것으로 보이면 4년간 연평균 성장률은 45%에 달할 정도다.
왜 이처럼 중고거래가 뜨고 있는 것일까? 일부에서는 제일 먼저 불황 떄문이라고는 하지만 일본이라면 장기화된 저성장 탓에 그럴수 있다고 하지만 중국 미국이 불황이었다라고 보기는 어려우니 동의하기 어렵다. 가장 큰 이유는 IT 기술의 발전에 의한 편의성 때문이다. 거래의 연결과 결제 등이 편해졌다.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어 물건의 상태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익명 거래에 따른 어려움도 상당부분 경감되었다. 과거 거래이력을 축적, 에스크로 결제 방식 등으로 사기거래를 확률을 낮추면서 거래의 신뢰성을 높일 수 있었다. 게다가 최근에는 각종 중고 거래 앱마다 채팅 기능을 제공해 낯선사람과 대화하는 불편함도 해소했다.
물류비용의 감소도 한몫했다. 지난 2013년이후 택배비 단가는 지속적으로 낮아지고 있다. 중고거래라는게 통상 의류, 책, 전자 기기등을 중심으로 저가 물건 위주로 거래되고 가격에 민감한 소비자가 많기 때문에 저렴한 택배비 역시 중고 활성화에 기여했다. 그래서 CU등에서는 아예 중고거래에는 택배비를 할인해주는 마케팅까지 진행하고 있다.
그리고 크게는 공유경제 확산 때문이다. 공유경제는 소비 양극화로 얇아진 젊은 세대가 물건을 소유하기 보다는 빌려쓰면서 활성화되기 시작했는데 마찬가지로 중고시장도 이런 이유로 활성화 되고 있다. 주로 20~40배를 중심으로 거래가 이루어진다. 또한 리사이클 통한 환경보호 등의 의식 강화 등의 요인도 있다.
중고 시장이 이렇게 성장성이 높다 보니 자연스레 돈이 모이고 있다. 번개장터는 중견 PE인 프랙시스 캐피탈에 1500억 가치로 매각 된후 560억의 투자금을 유치했다. 중고나라는 현재까지 누적 100억 투자를 받았고 추가 200억 투자를 진행중이다. 당근마켓에도 480억이 투자되었다. 다만 몸값면에서는 당근마켓이 중고나라보다 비싸다. 당근 3000억 > 번개장터 1500억 > 중고나라 800억 순인데 이는 중고나라 별도 어플리케이션의 경쟁력이 약하고 여전히 네이버 카페이 치중되어 있다는 점이 반영된 듯하다. 투자된 돈은 서비스 개선을 위해 재투자 될 테니 중고마켓의 경쟁은 이제부터 시작이고 전체 시장의 성장은 가속화 될 것으로 보인다.
참고로 일본에서는 2018년에 일본판 중고나라인 메루카리가 상장했고 시가총액이 무려 6조원 달한다. 1인당 한달 사용시간이 3시간 30분으로 페이스북 2시간 40분보다 더 높다. 매출기준으로 일본 모든 이커머스 기업중 6위인데 성장률이 55%로 매우 높다. 조만간에 5위인 조조타운을 제낄것으로 보인다.
중고거래의 활성화는 거시적으로 어떠한 변화를 만들까. 신규제품의 수요를 감소시키고 물가를 낮춘다. 일본에서는 중고거래로 GDP가 0.2%p 감소한 것으로 조사된다. 코로나덕에 디플레이션 우려가 나오는 상황에서는 중고거래가 국가 관점에서는 불리한 점이 있다. 국내의 경우 책이나 의류 분야에서 물가하락 압력이 우선적으로 작용할 수 있을 듯하다.
그외에 물류 관련한 산업들 예를 들면 택배이나 골판지 등도 수요도 증가할 수 있다. 수리전문점과 신용도 관련 분야도 연관 성장가 있다. 제품 생산자 관점에서는 중고가격이 떨어지지 않는 제품, 즉 브랜드를 가진 제품이 유리해질 것이다. 중고차에서는 신차를 구매할때 내 취향이 아니더라도 중고차 거래를 염두에 두고 그랜저나 소나타 등의 브랜드 선호 현상이 이미 존재한다. 마찬가지로 애플의 아이폰도 중고폰 가격이 잘 방어되므로 선호된다.
최근 공정위는 중고시장이 급격히 커지자 공정위는 중고거래 앱이 고객 보호 장치를 갖추고 있는지 검검한다 한다. 이를 통해 사업자의 사기거래 방지 노력이 증대되고 사업의 생태계 건전화도 빨라질 것이다.
중고거래가 이커머스의 한 축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를 지켜보자